키오스크가 두려웠던 프런트 매니저가 품질을 묻게 되기까지
대체될 것이라는 걱정은 새로운 일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호텔 프런트 종사자는 언젠가 무인 키오스크로 대체될 것이다."
해외 브랜드 체인 호텔에서 프런트 오피스 매니저로 일하던 어느 날, 이 문장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것은 다니던 회사에서의 고용 불안과는 결이 달랐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쌓아 온 경력과 경험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공포였다. 체크인을 받고, 객실을 배정하고, 고객의 불만을 듣던 일이 기계 한 대로 대신될 수 있다면, 나의 전문성은 어디에 남는가.
돌이켜 보면 그 두려움은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나를 위협하던 그 키오스크를 포함해 다양한 호텔 솔루션을 만드는 IT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호텔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여러 호텔에서 쓰이는 시스템의 품질을 관리하는 QA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호텔을 떠났지만 여전히 호텔을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이다.
"CRUD만 확인해 주세요"
새 일은 순탄하지 않았다. QA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동료 개발자가 이렇게 부탁했다. "CRUD만 확인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CRUD가 데이터를 다루는 네 가지 기본 동작인 생성(Create), 조회(Read), 수정(Update), 삭제(Delete)의 머리글자라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아주 기초적인 지식이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 뜻을 몰라 당황했다. 용어 하나를 몰라 동료의 부탁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꽤 부끄러웠다.
그날 이후 테스트를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것이 국제 소프트웨어 테스트 자격 체계인 ISTQB였다.
감으로 하던 일에 이름이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감으로 하던 일에 모두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14박까지만 예약할 수 있는 규칙이 있으면 14박과 15박을 꼭 넣어 보던 습관은 '경곗값 분석'이었다. 예전에 문제가 났던 화면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던 버릇은 '결함 집중'이라는 원칙이었다. 프런트에서 "혹시 이런 경우에는?"이라고 묻던 습관이 소프트웨어 테스트의 언어로는 체계적인 기법이었다.
이름을 알게 되자 동료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설명할 수 있게 되자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 현장 경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얻었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바뀐 일하는 방식
최근 일하는 방식이 한 번 더 바뀌었다.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기획서에서 테스트 조건을 뽑고, 메모를 결함 보고서로 다듬고, 쌓인 고객 문의를 분류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동시에 깨달은 것이 있다. AI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가 맞는지 판단하려면, 결국 테스트의 기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디럭스룸의 최대 인원이 몇 명인지 모르고, 우리 호텔의 위약금 규정이 어떤지 모른다. 그것을 아는 사람, 그리고 결과를 보고 "이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전히 필요하다.
키오스크를 다시 생각하며
키오스크에 대한 처음의 두려움은 절반만 맞았다. 프런트의 일부 업무는 실제로 기계로 옮겨 가고 있다. 그러나 그 기계가 고객에게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2박 고객의 마지막 밤을 제대로 계산하는지, 취소 위약금을 정확히 부과하는지 판단하는 일에는 여전히 현장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호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일자리의 소멸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현장에서 쌓은 감각은 시스템의 품질을 지키는 역량으로 옮겨 갈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그 감각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 언어를 배우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같은 고민을 하는 현장의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다.
참고문헌
- 박건희 (2026). 이제 QA, AI Agent랑 같이 합시다. 부크크.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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